이 기사는 2020년 09월 09일 06:3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캐피탈사로는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외화채 발행을 위해 국제 신용등급을 받은 KB캐피탈이 업계 맏형으로 통하는 현대캐피탈을 뛰어넘으면서다. 무디스는 KB캐피탈에 A3 등급을 부여했다. 현대캐피탈에 평정한 'Baa3' 보다 1 노치(notch) 높은 등급이다.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의 국내외 신용등급을 가른 건 계열 지원가능성이었다. 독자 신용도(stand alone, 자체 신용도) 기준으로는 국내와 국제 신평사간 평가에 큰 차이가 없었다. 국내와 국제 신평사 모두 현대캐피탈의 독자신용도를 KB캐피탈보다 높게 부여했다.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무디스는 KB금융지주의 높은 지원 가능성을 인정해 KB캐피탈의 신용등급을 독자신용도 대비 4 노치 끌어올렸다.
국내 신평사가 계열 지원가능성을 통상적으로 1~2노치 반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크레딧은 상대적으로 독자 신용등급이 높아 계열 지원가능성으로 노칭업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은행계 캐피탈사의 성장세가 더뎠던 시절부터 등급을 부여했던 터라 이들의 성장세가 비교적 저평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A3' KB캐피탈 vs 'Baa3' 현대캐피탈, 달라진 위상
KB캐피탈은 이달 무디스로부터 A3등급을 부여받았다. 국내 2위 리테일 은행인 국민은행(Aa3)의 지점망을 활용해 사업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주요 자동차회사·수입차 딜러사와 맺은 제휴 관계 등을 기반으로 다각화된 자동차금융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점도 크레딧을 뒷받침했다.
KB캐피탈의 첫 국제 신용등급은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다소 굴욕적인 결과다. 현대캐피탈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업계 최고 크레딧을 인정받고 있다. 모회사 현대자동차의 크레딧 약화로 지난해 AA+등급이 AA0로 떨어지긴 했으나 32조원에 달하는 막강한 자산 규모 등에 힘입어 국내 캐피탈 중 최고 신용도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 시장에서는 KB캐피탈의 뒤를 잇는 신세가 됐다. 현대캐피탈의 국제 신용등급은 BBB+(무디스 기준 Baa1)로, KB캐피탈보다 1 노치 낮다. 더욱이 S&P는 현대캐피탈을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려 BBB0등급으로의 하락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 또한 등급 아웃룩으로 '부정적'을 달고 있다.
당초 현대캐피탈은 국내 캐피탈사 중 유일하게 외화채를 발행하는 등 국제 시장을 적극 활용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심 위축세가 뚜렷해지자 대표 통화인 달러 대신 이종통화 채권이라는 우회로를 이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달러채 프라이싱에 나서기도 했으나 금리 조건 등을 이유로 발행하진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캐피탈사의 달러채 발행량이 제로(0)로 급감한 배경이다. 다만 KB캐피탈이 이달께를 목표로 첫 달러채 발행 준비에 착수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펀더멘탈 차이는 유사, 계열 지원가능성 격차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의 펀더멘탈을 바라보는 시선은 국내외 신평사 모두 유사했다. 외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기업 펀더멘탈을 기준으로 판단한 독자 신용등급은 현대캐피탈이 KB캐피탈보다 높았다.
국내 신평 3사가 제시한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의 독자 신용등급은 각각 A+, AA0였다. 무디스의 경우 KB캐피탈은 Ba1으로, 현대캐피탈은 Baa3로 펀더멘탈을 평가해 1노치의 차이를 뒀다.
지원 가능성에 따른 노칭업 수준에서 국내외 평가사의 등급은 엇갈렸다. 국내 신평 3사는 KB캐피탈에 대한 KB금융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독자 신용도보다 1 노치 높였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신용도 차이가 근소하다는 이유로 지원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다.
무디스는 그룹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독자 신용도 대비 대폭 끌어올렸다. 특히 KB캐피탈이 금융지주계라는 점을 고려해 현대캐피탈보다 2노치 더 높은 등급 상승 효과를 줬다.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이 독자 신용등급 대비 각각 4노치, 2노치 높은 등급을 받은 배경이다.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의 지원 가능성 노칭업 차이는 안정성과 주요 계열사 신용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계의 경우 막대한 자금력 등에 힘입어 비금융계보다 비교적 높은 안정성을 인정 받는다.
KB금융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과 현대자동차의 국제 신용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무디스 기준 국민은행과 현대자동차 신용등급은 각각 Aa3, Baa1이었다. 주력 자회사의 신용등급 격차가 상당한 만큼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 반영 정도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무디스의 경우 국내 은행에 대해 정부가 지원할 수밖에 없는 기간 산업이라는 생각이 확고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 은행에 대해선 베일인(bail-in) 제도가 도입 되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해 정부 지원가능성에 입각해 등급을 부여하는데, 은행 계열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각으로 크레딧을 평정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계 캐피탈사, 재평가 시기란 지적도
캐피탈사의 성장세와 국내 신용등급 흐름 간 격차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KB캐피탈 등 국내 은행계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은 A급에서 출발했다. 십여년 전 첫 등장 당시만 해도 자산 규모가 1조 내외의 비교적 미미한 수준이었던 데다 금융그룹 내 비중이 적은 하위 계열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그룹이 비은행계열을 통한 수익 다각화에 나서면서 은행계 캐피탈사의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KB캐피탈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첫 등급을 부여받은 2010년(당시 우리파이낸셜)만 해도 자산 규모는 2조원 안팎이었다.
이후 KB캐피탈은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자산 규모 10조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말 기준으로는 12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은 A+에서 AA-로 1 노치 개선됐다.
현대캐피탈의 총자산이 올 상반기말 기준 32조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은행계 캐피탈사의 펀더멘탈이 우량하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만 금융그룹의 지원 여력과 그룹 내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은행계 캐피탈사의 크레딧 역시 이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라온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은행계 캐피탈사에 부여했던 최초 등급의 틀에서 벗어나 새 시각을 펼쳐야 할 때가 아니냐는 설명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계 캐피탈사의 경우 A급 크레딧을 부여받은 이후 막대한 성장을 거듭했지만 시계열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다보니 펀더멘탈과 등급간 미스매치가 드러나는 모습"이라며 "은행계라는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제 이들의 크레딧은 신용카드에 준하는 상태까지 올라온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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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9, 2020 at 04:3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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