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외면하는 투자자들…주식·정크본드로 몰린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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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19 10:57

뚜렷한 호재 없이 S&P500 사상 최고치 경신
미국 내 감염자 수 증가·경제활동 둔화 여전
고수익 좇는 투자자들, 실물경제 상황 외면
국채 금리 내려가자 정크본드 수요도 늘어

전세계적으로 2200만명을 감염시킨 코로나가 백신도 없이 재확산 되는 상황에서 미국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안좋은 경제지표를 외면하고 위험자산인 주식은 물론 정크본드까지 사들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 로이터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S&P500지수는 전날보다 0.2% 오른 3389.78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인 2월 19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3386.15를 126 거래일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미 증시 역사상 약세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탈출했다. 동시에 3월 23일에 기록한 이전 저점인 2237.40과 비교해 55% 상승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S&P 역사상 103일이라는 기간동안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른 경우는 없었다.

◇ 대체 투자처 없어 증시로 몰린 돈… "닷컴버블 수준의 자산 거품"

미국 내 코로나 감염자 수는 17만명을 넘어서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어 경제활동 재개는 요원한 상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이 다양한 경기지표로 산출한 주간 경제활동 지수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점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5.72% 감소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20% 줄어드는 것이다.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증시 상승을 내년 기업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시중자금이 늘어난 가운데 수익을 얻을 만한 별다른 대체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미 자산운용사 옴니아 패밀리 웰스(Omnia Family Wealth)의 스티븐 와그너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언젠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동시에 실물경제와 증시의 괴리에 당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 거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향후 1년 간 예상수익과 비교해 주가는 22.6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닷컴 버블이 꺼지기 전인 2000년 수준이다. 대형 기술주는 이 수치가 26배에 이른다.

◇ CCC 등급 채권 수요 증가… "수익 내려면 어쩔 수 없다"

채권시장에서도 실물경제 흐름과 상관 없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자 일부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CCC이거나 그 이하인 투기등급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CCC등급은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투기등급 가운데 두번째로 위험한 채권에 붙는다. B등급 다음이 C등급이고 그 아래 등급이 부도 가능성이 있는 가장 위험한 채권을 의미하는 D다.

미국 금융데이터 제공업체인 ICE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CCC이거나 그 이하인 회사채와 미 국채 간 금리 차이는 지난 한달 간 1%포인트 떨어져 12.38%포인트가 됐다. 채권 금리이 하락했다는 건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투기등급에서도 두번째로 안좋은 CCC등급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건 수익률이 B등급 채권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B등급 채권은 미 국채 대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3.7%포인트다. 연준이 회사채 매입을 계속하는 한 투자 위험이 극히 낮을 거란 생각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영국 자산관리사 야누스 헨더슨의 톰 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량기업은 수익률 측면에서 도움이 안된다"며 "성과를 내려는 펀드 매니저라면 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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